이해와 오해 사이

맥락은 정보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맥락을 알고 보면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정보는 맥락을 모르고 보았을 때 당황스럽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로마인의 자비>에서 한 늙은 노인이 젊은 여성의 젖을 빨고 있다. 맥락을 모르고 보면 이 작품은 기괴하고 역겹다. 그러나, 맥락을 파악하고 보면 이 작품은 감동적이다. 굶어 죽어가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한 딸의 효심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부녀 관계이고, 아버지는 반역죄를 저질러서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상태이다. 당시 로마는 반역자에게 죄인을 굶겨 죽이는 형벌을 내렸다. 작품 속 아버지도 감옥에서 굶으며 형을 치르고 있었는데 딸이 아버지의 면회를 왔다. 그녀는 형벌 때문에 음식을 들고 가지 못했기 때문에 아버지를 자신의 젖으로 살리려 했다. 이런 상황이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딸은 시선을 아버지의 반대쪽으로 돌린다. 또한, 간수들이 명령을 받고 죄수가 죽지 않는 이유를 염탐하고 있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데, 로마 당국은 아사 직전이었던 아버지 시몬이 죽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다음 면회에는 염탐을 해서 진실을 알아내려 했다. 딸의 효심에 감동한 로마는 시몬을 석방했는데, 이 때문에 그림의 제목이 <로마인의 자비>인 것이다. 이처럼 맥락을 이해하면 기괴하고 역겹던 그림도 감동적이고 역사적인 작품이 된다.
맥락은 일상 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판단하면 타인을 오해할 수 있다. 공자는 안연이 밥을 먼저 먹는 것을 보고 안연의 성품을 의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안연은 공자를 위해 흙덩이가 떨어진 밥을 자신이 먹은 것이었다. 공자는 전후맥락을 파악하고 난 뒤에는 부끄러워했다.
이처럼 전후 맥락을 파악하지 않고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으면 타인을 오해하고 그 사람과의 관계가 파괴될 수 있다.
모든 의미는 맥락 속에서 완성된다. 어떤 대상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그 대상만 봐서는 안 되고 그 대상이 어떤 맥락 속에서 등장했는지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친구가 오늘 아침밥 뭐 먹었냐고 물어보는 것은 내 아침밥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나와 친해지고, 대화하고 싶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이 상황에서 아침밥과 동시에 여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사람은 센스있고, 눈치가 있는 사람이지만, 아침밥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은 센스 없는 사람으로 취급된다.
사람의 말과 행동, 사회 현상의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맥락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전후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자신이 못본 상황이 있는지, 인물이 처한 상황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