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친구 사귀기

<훌훌>은 진짜 우정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진짜 우정은 친구가 힘들 때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것이다. 진짜 친구라면 친구가 힘든 일을 겪고 있을 때 그 친구를 피하지 않고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위로해줄 수 있어야 한다. 진짜 우정은 힘든 일이 있어도 친구들의 응원과 위로에 힘입어 잘 극복해나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진짜 친구는 친구가 엄청나게 힘든 일을 겪거나 친구로 지내도 자신에게 아무런 물질적인 이익이 없다고 해도 떠나지 않고 오히려 친구가 잘 되기를 바란다.
이 책에서 입양아지만, 할아버지와 사는 여고생 유리는 솔직한 자기 사정을 알아주고 걱정해 줄 수 있는 진짜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또 다른 입양아이자 모범생인 세윤이와 같은 반이 된 후, 서로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진짜’ 친구가 되었다. 유리는 ‘입양아랑 같이 논다’라며 놀림받을 수도 있었지만 세윤과 친구로 지냈다. 유리와 세윤은 친구가 된 후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의지했다. 예를 들어, 같은 반 불량아들이 세윤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카페에서 모두에게 다 들릴 정도로 크게 말하자, 유리는 괜찮다며 세윤을 위로해줬다. 또, 세윤은 유리가 어렸을 때 유리를 입양한 엄마와 함께 방송에 나간 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유리가 엄마의 모습이 어땠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소설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에서도 아빠에게 심한 아동학대를 당했지만 신고하지 못했던 소녀 은재는 새 ‘진짜’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아빠를 경찰에 신고하기로 결심한다. 은재는 신고를 위해 경찰서 앞에까지 갔지만, 아빠의 보복이 두려워 경찰서 앞에서 망설인다. 그 때, 은재는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친구들을 발견하고, 용기를 내 경찰관들에게 아동학대로 인한 자신의 상처를 보여준다.
이렇게 진짜 친구는 진심으로 서로가 잘 되기만을 바라고 응원해준다. 또, 진짜 우정을 나누는 친구라면 친구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도 관계를 끊지 않고 오히려 격려해준다. 그러나, 만약 가짜 우정을 나누는 친구라면 자신이 조금이라도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관계를 끊고 모른 척 할 것이다. 가짜 우정을 나누는 친구는 단순히 친구를 ‘같이 놀 수 있는 사람’ 정도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비슷한 경우를 본 적이 있다. 내가 아는 한 친구는 같은 반의 여러 명의 친구들과 그냥 ‘가짜’ 친구 정도로만 지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체육 수행평가를 위해 조를 짜게 되었는데, 조에는 인원이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 친구는 원래 그나마 친한 친구들과 조를 짜고 싶어했는데, 친구들이 그 친구에게 말하지도 않고 먼저 다 조를 짜버려 그 친구만 남게 되었고, 결국 친하지도 않은 친구들과 조가 되어 조원들과 많이 싸웠다. 조를 짤 때 그 친구는 혼자만 갑자기 남게 되어 조금 속상해했다. 이렇게 가짜 친구들은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위해 친구 입장에서 생각해보지도 않고 행동할 수도 있다.
진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 한다.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다고 해도 그 친구가 먼저 다가와 주기만을 바라며 가만히 있으면 그 친구는 ‘어? 저 친구는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며 다가가기 힘들어할 수 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알아보고, 공감대를 서서히 형성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저절로 진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이른바 ‘찐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작품에서도 세윤이 먼저 유리에게 다가가 서로가 모두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입양아로서의 고충을 토로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래서 유리와 세윤은 진짜 친구가 되었고, 유리의 할아버지께서 갑작스럽게 복막암으로 수술을 받을 때에도 세윤이 유리의 남동생을 돌보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러나, 나에게도 ‘진짜’ 친구는 없다. 나에게는 항상 주변에 조를 같이 하거나, 다같이 놀러다닐 친구들은 있지만, 서로 진심으로 공감을 해주고 항상 같은 편에 서 있어줄 수 있는 친구는 없다. 나에게 친한 친구가 없는 까닭은 역시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먼저 말을 걸어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는 하지만, 그저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말 뿐이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대화나 적극적인 활동들은 별로 함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친구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무언가를 함께 해보려고 한다. 나와 아주 잘 맞는 친구를 찾는 것은 쉽지 않고, 한참 동안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먼저 다가가 그 친구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면 나와 잘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나와 잘 맞는 친구를 찾는 동시에, 상대방을 더 이해해 주고 배려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보려고 한다.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는 ‘친구라면 친구의 결점을 참고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 속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진짜 친구는 어떤 결점을 가지고 있는 친구와의 우정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항상 서로의 편에서 응원해줄 수 있는 친구이다. 이런 친구는 사귀기도 무척 어렵지만, 자기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간다면 대부분 평생에 1~2명 정도는 사귈 수 있다. 진짜 친구들은 가족만큼 자기 편에 서줄 수 있는 친구이니, 한 번 진짜 친구를 사귀면 그 우정은 아마도 평생을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