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메에 빠지다

덕후? 오타쿠?
“일본 애니 보는 애들은 대부분 돼지(뚱뚱함)나 멸치(마름)에 변태 아닌가?” “오타쿠들은 다들 음침하고 사회부적응자야.” 이것들은 오타쿠에 관한 내 주변 친구들의 생각이다. 요즘에는 덕후라는 단어가 오타쿠보다 더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사실 일본어인 오타쿠 (オタク) 를 한국어 발음으로 부른 게 오덕후, 즉 덕후여서 두 단어의 근본적인 뜻은 같다. 둘다 한 분야를 깊게 좋아하는 매니아를 뜻하는 단어이다. 사람들은 보통 덕후를 매니아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오타쿠를 일본 애니 매니아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일본 애니에 빠지는 이유
사람들이 일본 애니에 빠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일본 애니는 다양한 장르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일본 애니는 다양한 장르 덕분에 다양한 취향을 가진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순정물, 로봇물, SF, 이세계물 등이 있다.
둘째, 일본 애니는 매력있고 탄탄한 스토리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일본 애니에는 방대한 세계관에 다양한 가치관과 성격을 가진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있는 작품이 많다. 예를 들면, 아키라(1988)라는 작품은 등장인물 사이의 깔끔한 감정선과 혼돈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표현해서 많은 SF 애니에 영향을 미치고 많은 사람을 덕후로 만들었다.
셋째, 깔끔하고 매력있는 작화도 많은 사람을 끌어들인다. 작화, 즉 그림의 퀄리티는 스토리와 동시에 시청자에게 작품의 몰입도와 시각적 기쁨을 준다. 예를 들면 날씨의 아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는 스토리는 부족해도 실제 일본 풍경을 떠오르게 하는 아름다운 작화로 시청자를 매혹했다.
넷째, 일본 애니는 좋은 주제곡, ost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간단하게 오프닝곡, 엔딩곡으로 나뉘는 일본 애니의 주제곡은 일본 애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에 큰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너의 이름은'의 주제곡인 sparkle은 웅장한 음악으로 영화의 감동을 더했다.
이러한 점들은 시장이 거대한 한국의 웹툰과는 다르게 시장이 크지 않은 한국 애니메이션계를 뛰어넘고 미국의 애니메이션과 함께 애니메이션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오타쿠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 반대한다
그러나 오타쿠의 대한 일반인의 시선은 대부분 우호적이지 않다. 첫째, 오타쿠는 비사회적이라는 편견 때문이다. 사람들은 오타쿠가 현실에는 관심이 없고, 가상의 이야기에만 빠져 살기 때문에 남들을 존중하는 능력과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발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본 애니 시청자의 높은 비율이 사회성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일본 애니를 시청해서 사회성이 낮은 게 아니라 사회성이 낮은 사람이 대부분 일본 애니를 시청하는 거다. 그래서 일본 애니를 좋아한다고 해서 사회성이 낮다고 연관지을 수는 없다.
둘째, 오타쿠는 한국을 점령하고 우리나라 국민들을 잔인하게 학살했던 일본을 숭배한다는 편견 때문이다. 일본 애니를 싫어하는 사람은 전범국가였던 일본의 영상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일본을 미화 및 숭배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본인들의 사상과 일본 애니 사이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
예를 들어 애니 '기동전사 건담'의 작가 야스히코 요시카즈는 2014년 한 인터뷰에서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가 아닌 일본을 국군주의에 물들게 한 일본의 총리나 을사늑약의 원흉을 암살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한 하얼빈에 안중근의 동상을 세우고 그의 동양 평화론을 꼭 머리에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언론의 혐한, 중국 혐오가 극단적이라고 하면서 일본의 만화 산업은 국가의 통제 없이 자유로이 창작되기 때문에 하나의 사상에 물들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야스히코 요시카즈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물론 일본의 정치적 색을 포함하거나 전범 행위를 미화하는 등의 만행을 저지르는 애니메이션도 있지만 다른 주제를 가진 애니메이션도 많다.
셋째, 일본 애니는 무조건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다는 편견 때문이다. 그들은 일본 애니에 폭력적이고 특히 선정적인 장면이 많아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본 애니에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다소 포함된다. 그리고 이런 장면들 때문에 일본 애니를 시청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 애니의 깊은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시청자 역시 많다. 일본 애니에는 심오한 주제를 다루면서 우리의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를 보여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폭력적인 장면이 들어가는 애니도 많다. 예를 들어, 기생수(2014)라는 작품은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을 포함하지만, 인간의 잔혹함에 대해 서술하면서 우리가 인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공각기동대(1995)라는 작품 또한 영혼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일본 애니에 관한 편견을 바꿔줄 작품 BEST 5
이렇게 일본 애니는 폭력적인 장면을 포함하면서도 깊은 주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나는 일본 애니를 좋아하기 때문에 사람들도 좋아하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의 편견을 바꿔줄 일본 애니메이션 5개를 개인적으로 정해보았다.
첫번째는 ‘모노노케 히메(1997)’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순위중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하다. 자연과 인간문명의 대립과 뛰어난 영상미, 무엇보다 아름다운 주제곡으로 일본 애니가 무조건 잔인하고 폭력적이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것이다.
두번째는 ‘천공의 성 라퓨타(1986)’이다. 이 애니메이션 또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공중의 떠있는 성을 중심으로 여러 세력이 다툰다는 창의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어서 심심할때 보기 좋은 애니메이션으로 추천한다.
세번째는 ‘너의 이름은(2016)’이다. 나는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오타쿠와 일반인 둘 다 봤을 확률이 가장 높은 애니라고 생각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순위중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일본 도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뛰어난 작화와 radwimps가 작곡한 주제곡으로 전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네번째로 ‘강철의 연금술사(2009)’다. 등가교환의 법칙이라는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 애니는 전체적인 스토리의 완성도가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이 길어질수록 캐릭터가 늘어나서 각 캐릭터의 분량 조절이 어렵고, 스토리를 잘 이끌어나가기 힘든데, 강철의 연금술사는 긴 스토리와 많은 캐릭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에 가까운 깔끔한 엔딩과 적절한 캐릭터의 비중 분량을 해냈다.
마지막으로, ‘아키라(1998)’다. 내가 소개하는 작품들중 가장 인지도가 낮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1988년에 손으로 직접 그렸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작화를 가지고 있다. 셀애니메이션 특유의 색감, 감성과 SF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재미있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혐오만이 답은 아니다
나는 일본 애니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의견을 완전히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실제로 일본 애니가 시청자에게 부정적인 관념을 심어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2001년 일본에서는 한 남성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되고싶어서 여자아이를 납치했다고 하고, 2012년 한 오타쿠 중학생은 태극기를 훼손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애니는 부정적인 면만큼 긍정적인 면도 많기 때문에 나는 사람들이 일본 애니를 시청도 하지 않고 혐오만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