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속 한줄기의 빛, 우리의 꿈

대치동 초짜 중1
나는 대치동에서 학원을 다닌지 1년밖에 안 된 ‘초짜’이다. 사실 나는 대치동 수학 학원 입테(입반 테스트)부터 떨어졌다. 하지만 나는 운이 좋게도 IQ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덕분에 학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수학에 ‘수’자도 모르던 나에게 대치동 학원에 들어간 것은 기적과 같았다.
초창기의 나는 같은 반 아이들을 보았을 때 정말 잘한다고 감탄했다. 아이들은 문제 푸는 속도가 계산기 급이고, 정확도도 엄청났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벽을 느꼈다. 그러나 최하위권이었던 나는 3달의 무지막지한 노력 끝에 반에서 2등으로 급상승했다. 하루에 평균 4시간을 오직 수학에만 투자했다. 더 높은 수준의 학원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대치동 최상위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지옥은 시작되었다.
4.3.1법칙 / 지옥 위에 대치동
현재 나는 대치동에 있는 최상위권 수학 학원을 다닌다. 한번 학원에 가면 4시간 수업(쉬는 시간 제외) 3시간 숙제 1시간은 학원이 끝난 후 줌으로 진행된다. 주 3회 수업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약 25시간 수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수업에 들어가서는 먼저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으로 데일리 테스트를 본다.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하면 재시험을 본다. 그 다음에는 숙제 채점을 한다. 틀린 문제는 수업 후 줌 시간에 푼다. 동네 학원은 2시간을 하고 숙제도 1시간이면 끝난다. 대치동은 다르다. 대치동은 오랜시간동안 학생들을 붙잡아 놓고 놓아주지 않는다. 또 엄청난 양의 숙제로 학생들을 압박한다. 대치동은 지옥 위에 있다.
동네 학원과 대치동 학원의 차이는 시간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의 수준 차이도 엄청나다. 동네학원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지만 대치동 학원은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한 엄선된 학생들만이 들어갈 수 있다.
방학이 더욱 바쁜 우리
많은 학생들은 방학이 다가오면 놀 생각에 설레발을 친다. 그러나 대치동 학생은 다르다. 우리는 방학 특강에 긴장한다. 학생들은 대부분 방학 특강으로 어떤 과목을 들을지 선택한다. 대치동에는 악명 높은 특강이 하나 있는데, 이를 ‘스파르타 특강’이라 부른다. 스파르타 특강은 보통 영어 수학 과목에 존재한다. 이 특강은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주말을 제외한 매일 3시간씩 진행하고 숙제량도 엄청나게 많다. 내가 들은 영어 특강은 매일 60개정도의 단어와 20쪽에 달하는 진도를 나간다. 수학 학원의 친구들을 이곳에서 다시 만나기도한다.
자리 없는 스터디카페
흔히 사람들은 대치동 학생들이 학원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치동 학생들은 학원과 학원 사이에 비는 시간도 알차게 사용한다. 빈 시간에 집을 갔다 오기에는 매우 번거로우므로, 많은 대치동 학생들은 스터디 카페를 이용한다. 시간당 2500원 정도의 이용료를 내야 하는데 학생들이 워낙 많이 이용해 자리가 없는 경우가 흔하다. 스터디 카페에서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 공부를 하고 있고 잡음도 전혀 없는 환경이기에 공부를 해야만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대한민국 교육제도의 문제점
대치동 학원가는 왜 생겼을까?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의 교육제도이다. 대한민국 교육제도의 문제점은 명문대에 집착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모든 학생들은 명문대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명문대에 가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치열한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그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대치동 학원을 다니는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부모는 교육열이 높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대치동 학원을 강요한다. 철저히 입시위주로 진행되는 대치동 수업은 명문대 진학에는 분명히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런 대한민국 교육제도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공교육이 아니라 사교육을 더욱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돈이 있는 아이와 돈이 없는 아이의 성적 차이가 심해질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학업 성취도의 가장 뚜렷한 변수는 아버지의 학력이고,그 다음에 부모의 직업적 지위나 소득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좋은 교육 제도는 무엇일까? 나는 좋은 교육 제도란 모든 학생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학생과 부자인 학생이 차이나지 않고 지방에 있는 아이와 서울에 있는 아이의 차이가 없는 그런 제도가 좋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대치동 교육은 높은 사교육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만의 세계이다.
그래도 행복
대치동에도 소소한 행복은 있다. 학원을 같이 다니고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고, 20분 동안의 쉬는 시간동안 먹는 라면은 꿀맛이다. 또 시험 성적이 잘 나온다면 성취욕을 느낄 수 있다. 또 꿈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도한다. 우리가 계속해서 학원을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끝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치동 학원을 다니는 것은 5년 후에 대학에 가게 되면 끝날 것이다. 우리는 5년만 버티자는 굳센 마음가짐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다. 물론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더욱 심한 경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표를 위해서 노력했던 이 시기는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된 후에는 대치동에서 있었던 일들을 그저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