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적

민주주의란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를 뜻한다. 민주주의 국가는 다수결 투표에 따라 의견을 결정한다. 그러나 잘못된 다수 의견을 채택하면 공동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다. 따라서 좋은 민주주의 국가는 다수의 의견을 채택할 때 소수의 의견을 들어주고 존중한다. 또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언론은 제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정치인은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 공동체 전체의 공적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민중의 적>에서 소수의 의견은 묵살당하고 시장과 언론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시장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여 잘못된 정책을 강행한다. <민중의 적>에서 온천의 수질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공사를 강행하면 이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장은 현재의 이익보다는 이후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고쳐야한다. 그러나, 시장은 다수의 잘못된 의견을 바로잡기는커녕 같이 다수의 편을 들며 잘못된 의견을 지지했다. 그는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스토크만의 말을 무시하고 온천 공사를 강행했다.
다음으로, <민중의 적>에서 언론은 진실이 아니라 다수의 의견을 따랐다. 언론인은 불이익이 생기더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 신문 기자가 일을 결정할 순 없어도, 사실을 알리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있다. 시민들이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고 현실적인 의견 채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언론인이 나서야 한다. 언론은 중립에 서서 사실만을 보도해야 한다. 또한, 언론이 그 지역 시장의 권력을 견제하고 부정부패를 막아야 한다.
<민중의 적>에서 다수인 시민들이 무책임한 시장을 뽑았기 때문에 그들도 책임이 있다. 선거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능한 대표자를 선택해 국가, 지역, 단체 구성원의 안전하고, 자유롭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거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유능한 대표자를 알아보고 선택하는 쉽지 않다. 이념과 당파에 치우쳐 무조건 특정당 및 특정인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유능하다고 생각하고 뽑았지만 무능할 수도 있다. 이런 어려움에도 시민들은 현명한 정치인을 선출해야 한다. 믿을만한 대표를 선출하려면 시민들이 잘못 된 공약에 이의를 제기하고 그럴 수 없다면 뽑지 말아야 한다. 또한, 대표자가 잘못을 저지를 때는, 시민이 가진 다수의 힘으로 대표의 잘못된 이념이나 의견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민중의 적>에서 다수와 부패한 정치인, 그리고 언론은 옳은 소수를 ‘민중의 적’으로 매도했다. 그러나, 진짜 민중의 적은 정치인과 언론 그리고 탐욕적인 민중 자신이다. 민중의 적이 있는 나라는 결코 좋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스토크만 같은 현명한 소수가 무시당하는 나라는 민주적인 국가가 아니다.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는 소수와 다수의 의견을 잘 아울러서 의견을 채택하는 국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