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의 상징과 민족주의

대한민국은 공화국의 상징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였다. 광화문 광장을 보면 그곳에 세워진 조각상들은 이순신, 세종대왕과 같은 조선시대 봉건왕조의 인물들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지폐에도 율곡 이이, 신사임당 등의 조선시대 인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아예 상징에서 배제하자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공화국 시대의 인물은 아닐지언정 우리 민족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단일민족국가로, 조선시대를 포함한 역사를 공유하는 한민족들의 공화국이다. 그렇기에 같은 한민족의 인물인 세종대왕과 이순신을 상징으로 내세우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민족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순신과 세종대왕이 공화국의 상징으로 부적절하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공화국은 결국 민족 위에 세워진다. 그렇기에 역사를 공유하는 민족이 세운 공화국에 공화국 이전 시대의 인물을 상징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리고 이순신과 세종 같은 인물들도 충분히 공화국이 중요시하는 가치를 보여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순신 장군은 일본에 맞서 싸워 조국을 지켜낸 애국심을 상징하며, 세종대왕은 조국의 문화 발전을 장려한 위대한 인물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 인물로 공화국의 상징을 삼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봉건왕조 시대의 인물이 민주주의 시대의 공화국을 대표하는 것은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순신이나 세종대왕 같은 인물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그들은 조선의 번영에 기여한 것이지 대한민국의 번영에 기여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징 인물들은 조선시대의 인물일 뿐만 아니라 궁화국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율곡 이이는 많은 서적들을 편찬하긴 했지만 조선의 성리학자일 뿐 대한민국과는 관련성이 낮다. 또한 성리학은 봉건적 질서를 유지하는데 기여한 학문으로,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민주주의와는 맞지 않다.
공화국의 상징은 국민이 주권을 지닌 나라의 지향점과 고유한 특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공화국의 상징은 국민에게 나라가 추구하는 가치를 보여주며 생각을 통합시키기 때문에 공화국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상징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가치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주권과 민주주의여야 한다. 자주권이 중요한 이유는 대한민국은 독립운동을 통해 세워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중요한 이유는 대한민국의 헌법 1조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독립운동가들, 또는 한국에서 있었던 중요한 이념적 사건 같은 것들이 상징이 되어야 한다. 조선시대의 인물들 보다는 3.1운동에서 주역을 맡았던 유관순 열사, 또는 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친 안중근 열사 등이 공화국의 상징으로서 더 적합하다.
바람직한 공화국 상징의 사례는 미국을 보면 된다. 미국의 지폐에는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그리고 링컨과 같이 건국과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한 주요 인물들이 실려 있다. 조지 워싱턴은 독립전쟁에서 대륙군의 사령관을 맡았고, 종전 이후에는 미국의 첫 대통령이 되었다. 토머스 제퍼슨은 독립선언문 작성 및 독립 관련 중요한 업무를 맡았고, 링컨은 인권 증진과 노예 해방을 위해 삶을 바쳤다.
대한민국에는 공화국에 걸맞는 새로운 상징이 필요하다. 상징에서 모든 조선시대 인물을 제거할 필요는 없지만, 시대에 맞는 가치관의 새로운 상징이 생겨날 필요는 분명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