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속 숨은 비밀

경쟁이 치열하다고 소문난 한국의 입시 경쟁. 이 경쟁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열심히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게 듣고, 학원에서 학원으로 옮겨 다닌다. 그렇다면 입시 경쟁은 왜 치열한 것일까?
입시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임금 격차 때문이다. 한국에서 대졸자의 임금은 고졸자보다 40% 높다. 또, 최상위 대학 졸업자는 최하위 대학 졸업자에 비해 14.5% 더 높은 임금을 받는다. 이 격차는 40세가 되면 46.5%로 벌어진다. 출신 대학별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상위권 대학일수록 학생들에게 더 많이 투자하기 때문이다. 상위 대학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교육 재정을 투자하고 그 결과 학생들의 능력은 더욱 향샹 된다. 각 대학별 재정투입을 살펴보면 서울대는 학생 1인당 5300만 원을, 연세대는 3600만 원을, 성균관대는 2700만 원을, 중앙대는 1600만 원을 각각 투입한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수록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아 능력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이는 곧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
경쟁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경쟁은 공부에 동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수학 학원에서, 나와 나이가 같은 아이가 있었는데, 나와 거의 진도가 똑같았다. 우리는 서로 뒤처지지 않으려고 서로를 노려보며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러나 과도한 경쟁은 스트레스를 주고 몸에도 해롭다. ‘1등’이라는 경쟁 결과에만 집중해 ‘1등’을 못 할까 봐 불안해 한다. 또, 과도한 경쟁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인간은 과도한 경쟁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해 무리한 힘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 쇼트 트랙 결승전에서 호주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 본래 호주에서는 눈이 내리지 않아 쇼트 트랙이라는 스포츠는 보기 힘들다. 환경 때문에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다. 호주 선수가 남방구 최초로 금메달을 딴 이유도 다른 선수들의 과도한 경쟁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결승전에는 최고로 빠른 선수들이 모였지만, 앞에서 몸 싸움을 벌이며 뒤엉켜 있다가 한 선수가 넘어지자 모두가 넘어지고 말았다. 오히려 한참 뒤에 있던 호주 선수가 같이 넘어지지 않아서 금메달을 따게 됐다. 이렇게 과도한 경쟁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
나는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밀리고 있는 것 같다. 성균관대영재교육원에 한번 지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자기 소개서는 통과했다. 하지만 면접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서 떨어지고 말았다. 학교에서도 시험으로 경쟁한다. 시험 점수는 그럭저럭 나오지만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갔을 때는 평균 이하가 나오기도 한다. 내가 경쟁에서 밀리는 이유는 잘 하겠다는 마음이 없어서이다. ‘까짓, 한번 하는 거 코피 흘려가며 열심히 해보자!’ 라는 오기나 각오가 나에겐 없는 것 같다. 이러한 욕심이 없다 보니 경쟁에서 밀려도 조금 허탈하긴 하지만 충격을 받거나 상심하지는 않는다. 또, 준비 과정도 철처하지 않아 경쟁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
요즘은 능력으로 경쟁을 한다. 능력주의란 자신이 가진 능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나 권력이 주어지는 정치 방법이다. 능력은 개인이 투자한 시간과 얼마나 노력했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능력에 따른 분배는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내가 하고 있는 이 경쟁이 진짜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까? 청소년들은 부모, 그러니까 제 3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부모의 돈 계단을(학원, 과외 등등) 밟고 올라가는 아이와 가난해서 돈으로 계단을 만들지 못하고 힘들게 올라가는 아이들은 노력을 똑같이 해도 같은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은 부모가 노력해 쌓아 올린 것이므로 자녀의 것이 아니다. 공정한 경쟁은 자녀의 혼자만의 능력으로 자신의 실력을 쌓아 경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의 능력에 따라 자녀의 성적이 달라지는 것은 불공정하다. 태어날 때 부모를 고를 수는 없으므로 나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이 경쟁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사회에서 중위 계층에 속한다. 두둑하게 돈 계단을 만들어 올라갈 수는 없지만, 저소득층보다는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그러므로 내가 경쟁에서 승리하더라도 그것이 오직 나만의 능력으로 이룬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 능력과 노력 말고도 부모님의 도움과 영향으로도 내가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 우리는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므로 저소득층 아이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돕는 ‘기회 균형 특별 전형’ 등과 같은 여러가지 해결 방법을 실행해야 한다.
내 앞에는 아직 수많은 경쟁이 있다. 이 수많은 경쟁에서 나는 패배할 수도, 이길 수도 있다. 실패하더라도 좌절감을 느끼지 않고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일어서고, 실패를 통해 다음 번에 더 나은 성공이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