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세 가지 혁명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 역사를 통찰하고 인류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다음은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되어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첫째, 농업혁명을 인류가 겪은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농사를 짓기 전인 구석기 시대에는 인간이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갖춰진 자연식을 섭취했다. 그런데 농업혁명으로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삼으면서 인간은 당뇨병, 고혈압, 성인병 등에 걸리게 되었다. 또한 사냥만 해도 생존할 수 있었던 구석기 시대와 달리, 농업혁명 이후에 인간은 하루 종일 허리를 구부려 농사만 해야했다. 즉, 농업혁명이 인류의 목, 허리 디스크와 같은 건강 문제를 초래하고 행복지수를 떨어뜨린 것이다.
둘째, 사피엔스는 뒷담화 능력과 허구적인 것을 믿는 능력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사피엔스는 인지 혁명으로 뒷담화 능력을 획득하였다. 뒷담화 이론에 따르면, 사피엔스는 뒷담화 능력 덕분에 사람들을 직접 만나지 않고도 타인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150명 정도의 대규모의 조직과 복잡한 협력 관계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사피엔스는 인류의 가장 독특한 능력인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능력을 발달시켰다. 예를 들어 지폐는 인간이 믿기로 약속한 허구의 가치를 지닌다. 지폐는 그 자체로는 종이일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 종이에 쓰여진 숫자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약속하고, 믿는 순간 지폐로 기능한다. 인권과 평등 개념 역시 허구적이다. 인권과 평등이라는 개념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구적인 인권과 평등은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했다. 왜냐하면 인권과 평등이 인간이라면 존중받아야한다는 도덕과 모든 인간을 평등하다는 사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셋째, 과학혁명으로 인해 지금 세대가 사피엔스의 마지막 세대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의미심장했다. 산업혁명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룬 인류는 과학혁명을 일으켰다. 과학의 발전 덕분에 인류는 스스로의 욕망 자체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인류는 스스로의 목표를 확신하지 못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언급한다. 저자는 무엇을 원하는 지도 모른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행동만 저지르는 신이 되려는 인간이 가장 위험한 존재라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역사적 사건에 관한 유발 하라리의 참신하고 타당한 주장에 감명했다. 단계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여겼던 인류 조상들이 동시대에 함께 살았다는 점, 농업혁명을 사기극이라고 본 점이 참신했다. 또 그 주장에 따른 근거가 타당하고 설득력이 있었다. 나 역시 <사피엔스>를 읽기 전에 인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아파렌시스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해왔다는 주장, 농업혁명이 인간에게 이로운 놀라운 발견이라는 점을 사실로 당연시했다. 상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상반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류의 문명이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면 인류는 멸종하거나 신이 될 것이다. 인간이 최상위 포식자라는 오만한 생각으로 세상을 지배할 경우에 환경위기로 멸종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동식물들을 인간의 소유물로서 대하지 않고 그 생물체 자체로 대하고 미래에 대비할 경우에 비로소 전지전능한 신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