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아이히만과 악의 평범성

아돌프 아이히만은 홀로코스트 실무 책임자이며 유대인 500만명을 죽인 사람이기도하다. 그는 유대인을 싫어하지는 않았으나 자신의 능력, 경력을 기르기 위해 유대인 학살에 동참했다. 그는 예루살렘 재판 당시에도 자신은 단지 상부의 지시를 따라 행동했다고 주장하며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사형을 선고 받았지만 항소하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아이히만이 이런 일을 한 이유는 첫째, 타인의 고통보다 개인의 성공을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처음 자신이 수많은 유대인들을 학살하라고 지시를 받았을 때 그는 이 일로 자신이 더 높은 자리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가 직접 유대인을 죽이는 것이 아닌 유대인을 어떻게 죽일지 계획하는 것이라 했다. 자신은 단지 위에서 시킨 임무를 수행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둘째, 그는 자기 행동의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했다. 한 실험에 따르면 인간은 책임을 전가할 수 있을 때, 사람을 죽이는 행위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실험에서 선생님 역할을 맡은 사람의 65%가 감독관이 모든 것을 책임진다고 말하자 치사량의 전류를 흘렸다. 아이히만 역시 공개재판 내내 “단 한 명도 직접 죽이지 않았다”며 “국가의 행위를 수행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충실하게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법적인 책임은 없습니다. 도의적인 책임이라면 있겠습니다만. 제가 내린 결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 마음은 늘 가벼웠습니다. 물고기를 잡듯, 유태인을 잡아 목적지로 보내는 일은 단지 제 업무였을 뿐입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책임을 저버렸다.
셋째, 아이히만은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없었다.한나 아렌트는 <이스라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악의 평범성이란 평범한 사람도 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그들이 처음부터 악하다는 뜻은 아니나 그들이 아무런 생각없이 오직 위에서 지시하는 일만 하며 행동하면 누구나 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이히만 역시 비판적 사고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생각없이 행동했다.
서경식은 <보통 존재들의 폭력성>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비판한다. “여러분이 홀로코스트 때의 유대인 친구가 있는 독일인이었다면 그 벗과의 관계를 유지하겠습니까?” 라는 질문을 들은 대다수 학생들은 “관계를 끊겠다.”라고 답했다. 그들은 이런 상황에서 교우 관계를 맺는 것은 모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학생들은 자신은 아무런 권력도 없으며 유대인과 친구를 하는 행위는 유대인 친구에게 더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 답했다. 서경식은 메리트주의에 경도된 일본 학생들이 교과서 수준의 정의 관념조차 갖지 못하고 오직 자신의 생존과 성공에만 매달리는 현상을 안타까워한다.
서경식은 자기 변명자들이 모이면 홀로코스트와 같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 다수가 평범한 삶들인데도 불구하고 도덕성과 맞지 않은 대답을 한 것이다. 서경식은 어쩌면 모든 평범한 사람들은 각자의 냉혹성과 폭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나는 위 질문을 받았을 때 ‘관계를 끊겠다’ 라고 생각했다. 다른 학생들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나는 나와 유대인 친구 모두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게 그 친구랑 우정을 맺고 그것을 끝까지 지킬 힘이 없다면 유대인 친구와 친구가 되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또, 몇몇 사람들은 의리가 없고 자신만을 생각한다며 비판했지만 난 유대인과 친구관계를 맺지 않았을 떄 나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통 존재들의 폭력성>을 읽고 ‘내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자기 변명자들이고 이가 누구에게 상처를 주고 있던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을 바꾸게 되었고 나와 아이히만이 과연 다른 존재일지, 그가 한 행동이 현재에는 없어졌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아이히만과 같은 공무원들이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국가나 상부의 지시에 나쁜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시를 따른다. 5.18 민주화 운동 때 그들은 국가의 명을 받아 아이히만처럼 자기 합리화를 하며 수없이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아돌프 아이히만과 같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윤리적 책임 의식과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 윤리적 책임 의식이란 자신이 한 일을 제대로 직면하고 인지하며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비판적 사고력이란 어떤 문제를 직면했을 때 이를 부정적인 측면에서도 볼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