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억. 떠올리기조차 괴로운 기억. 누구나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기억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그 기억이 가까운 사람의 죽음일 수도 있고, 자신이 당했던 괴롭힘일 수도 있다. 우리는 대부분 그런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을 뿐더러, 계속해서 회피한다. 그러나, 책 <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는 아픈 기억을 피하려고만 하지 않고 직면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7살 딸 수인을 키우는 워킹맘 ‘주영’은 이혼을 준비 중이다. 그녀는 이혼으로 인해 수인이를 직접 키울 수 없게 되자 시골에 있는 아버지 댁에 수인이를 맡긴다. 그 곳에서, 수인이는 사람들을 부정적인 생각에 빠트려서 잡아먹는 그림자 귀신 ‘어둑서니’를 만난다. 수인이는 어둑서니에게 잡혀 주영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주영은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아버지 댁의 도깨비 ‘벼리’의 도움을 받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주영은 아주 어렸을 때 차에 치일 뻔한 자신을 구하다가 엄마가 돌아가신 아픈 기억이 있었다. 주영은 지금껏 그 기억에 직면하지 않고 완전히 잊은 채 살아왔다. 그러나 어둑서니는 이를 이용해 주영의 공포심을 키웠다. 결국 주영은 그 기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고, 혼란에 빠져 있던 중 자신을 찾아온 벼리와 수인의 도움으로 엄마의 죽음이 자신 때문에 벌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벼리는 자신을 희생하여 어둑서니로부터 주영을 구한 후, 바람이 되어 사라지고, 수인은 미래로 돌아가 주영을 기다린다.
아픈 기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기억에 직면해야 한다. 고통스럽더라도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거나, 주영처럼 죄책감을 줄이면 마음이 더 가벼워진다.
지금까지는 나 역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에 직면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아직까지는 아주 고통스러운 기억은 없지만, 떠올리고 싶지 않거나 죄책감이 들었던 기억은 있다. 나는 그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아져 아예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그럴수록 그 기억은 계속해서 떠올랐다. 앞으로는 나도 주영처럼 그 기억을 피하려고만 하지 않고 직면하고 싶다. 그러면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덜 고통스러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