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자동차 사고, 어디까지가 주인의 책임일까?

불법 행위란 어떤 사람이 고의나 과실의 위법 행위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의미한다. 불법 행위의 성립 조건에는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 위법성, 책임 능력, 피해자의 손해 발생, 손해와 가해 행위 사이의 인과 관계가 있다.
최근 자율주행 자동차가 발전함에 따라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 시 운전자의 불법 행위가 성립하는지, 과실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논란이 생기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운전 기능의 일부 또는 전체를 운전자가 아닌 자동차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에는 능동제어형 자동차와 통합 자율주행 자동차가 있다. 능동제어형 자동차에서는 운전대와 페달을 자동차가 제어하지만 운전자가 계속 감시/통제하며 운전에 개입해야 한다. 반면, 통합 자율주행 자동차에서는 자동차가 운행에 관한 모든 것을 통제하므로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
능동제어형 자동차가 다른 차와의 충돌 사고를 일으켰을 때 운전자의 불법 행위는 성립한다. 그 까닭은 첫째,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기 때문이다. 고의로 사고를 낸 것은 아니지만 자율주행 차를 잘 살피지 않은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해 일어난 사고이므로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운전자의 위법성이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는 법률이 보호해야 하는 상대 차주의 생명을 위협하고 그 차에 대한 재산권, 차도에서의 질서를 침해했다. 셋째, 운전자에게 책임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는 심각한 지적 장애나 정신 질환이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 사고의 책임을 질 수 있다. 넷째,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해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대 차주는 생명을 위협당했을 뿐만 아니라, 충돌로 인한 충격으로 차에 손상이 가해져 재산적인 손해를 입었으며,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다섯째, 운전자의 위법 행위와 피해자의 손해 사이에 인과 관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능동제어형 자동차를 잘 통제하여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피해자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통합 자율주행 자동차가 다른 차와의 충돌 사고를 일으켰을 때 운전자의 불법 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 까닭은 첫째, 운전자에게 과실이 없기 때문이다. 통합 자율주행 자동차는 운행에 관한 모든 것을 자동차가 스스로 제어하므로 운전자에게는 항상 운전을 감시하고 통제할 의무가 없다. 둘째, 운전자의 위법성이 없기 때문이다. 운전자는 통합 자율주행 자동차를 탔을 뿐 직접 누군가를 해하거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 셋째, 운전자의 행위는 피해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전자는 통합 자율주행 차에 탔을 뿐 운전은 완전히 자동차가 스스로 하였으므로 피해자의 손해는 그 자동차를 만든 제작사가 발생시킨 것이다. 따라서 통합 자율주행 차 충돌 사고의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지 않다.
통합자율주행 자동차가 일으킨 사고에 대한 책임은 제작사와 소유주에게 있다. 제작사는 처음 차량을 제조할 때부터 조금이라도 결함이 있지는 않은지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또한, 소유주는 지속적으로 차량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통합자율주행 자동차의 사고는 운전자의 과실이 아니라 차량 시스템 자체에 의해 일어나므로 그 시스템을 제작하고, 관리하는 이들에게 책임을 나누어 물어야 한다. 과실 비율은 각 사고에서 주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