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1915년에 쓴 <라쇼몬>은 14편의 작품들이 수록된 단편선이다. 이 중 <라쇼몬>이 가장 인상 깊었다. 여러 재난으로 쇠락한 헤이안 시대 교토에서 집에서 쫓겨난 하인은 어떻게 먹고 살지를 걱정하다가 비어있는 라쇼몬 누각에서 자기로 한다. 소문대로 라쇼몬에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는데, 하인은 거기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시체들에서 머리카락을 뽑아 가발을 만들고 있는 노인을 발견한다. 자신도 노인처럼 도덕을 버리고 생존을 선택할지 잠시 고민하던 하인은 생존을 위해서라면 도덕성도 버릴 수 있음을 깨닫고 노인의 옷을 훔쳐 달아난다.
나는 이 작품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그걸 보고 듣는 사람들의 행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알게 됬다. 건물 누각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하인은 도둑이 되느니 차라리 굶어죽겠다는 도덕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도덕성을 버리고 있는 노인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다 하는데 나도 해도 되지”라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이 선택한 도둑의 길로 들어간다. 아마 하인이 라쇼몬 누각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결코 도둑이 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때 노인은 죽은 자들의 죄를 언급하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하는데, 나는 이게 그 당시 도덕적 기준이 망가진 사회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노인의 모습을 보고 인간이 위기에 몰리면 얼마나 쉽게 윤리를 포기하는지 알게 되었다. 작가는 인간의 본성의 문제점을 하인과 노인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 같다.
나는 이 작품이 현대 사회의 모습과 연관된다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익을 위해서 윤리를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 같다. 요즘에는 굶어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은 거의 없는데도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도덕성을 포기한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길가에 버리고 간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도 그러는데 나는 왜 안되?’라는 식의 사고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의 죄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하려한다. 우리는 라쇼몬의 노인처럼 남의 죄를 고발하여 우리 자신의 죄를 정당화하려는지 생각해보고 반성하는 태도를 가져야한다.
나는 작품 속 인물처럼 극한의 위기에 처하면 그때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별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라쇼몬의 노인처럼 행동할 때도 있다. 그래도 이 작품을 읽고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어도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지켜야 된다고 느꼈다. 지적을 받았을때 탓을 다른 사람한테 돌리는 대신 내 자신의 실수로 생각하고 발전할 점을 찾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