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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여행기 1/2

유독 비도 많이 오고 햇살도 뜨거웠던 지난 여름, 나는 용인외대부고에서 주최하는 영어 캠프에 2주 동안 참여하느라 기숙사 내 방과 학교 건물만을 오가는 지루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학교 건물에서 정규 수업을 모두 듣고, 동아리 수업까지 들은 뒤 기숙사로 돌아와 ‘방콕’을 하고 있었던 어느 날, 나는 엄마의 편지를 통해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바로 12월에 조부모님과 함께 호주 여행을 떠난다는 소식!!! 사실 나는 캠프를 떠나기 전 호주에 대해 배우고 싶어 호주 관련 동아리를 선택해 캠프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그 때 엄마와 우스갯소리로 “엄마, 그럼 올해에는 호주 여행을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그럼 이번에는 예진이가 다 영어로 통역해주면 되겠네” 라며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진짜로 갑작스럽게 호주 여행을 가게 된다니, 기쁘면서도 조금 당황했다. 어쨌든 나의 호주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여행을 떠나기 일주일 전까지, 사실 내가 호주 여행을 간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면서부터 점점 실감이 나고, 동시에 내 마음도 어린아이가 놓친 풍선마냥 붕 떠올랐다. 지금껏 사진으로만 봐오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 직접 가 보고 호주의 아름답기로 소문난 자연환경을 볼 수 있다니, 어느새 나는 비행기를 타고 호주로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2023년 12월 14일, 우리 가족은 인천에서부터 시드니까지 약 12시간의 비행을 끝마치고 시드니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호주 시드니의 시간은 우리나라보다 약 2시간이 더 빠른데, 비행기에서 충분히 숙면을 취해서인지 시차 적응이 어렵진 않았다. 그러나, 예상했던 바와 달리 바람이 많이 불고 건조한 호주의 여름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햇살이 뜨겁기로 악명 높은 호주의 여름이기에, 당연히 한국의 여름보다 더울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늘에 들어가면 건조한 공기 때문에 짧은 패딩을 입어야 할 정도로 추웠다.
아무튼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숙소에 도착해 침대에 바로 몸을 던지…려는데 부모님께서 갑자기 “이제 나가자~”라며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셨다. 나는 갓 구운 빵처럼 푹신하고 포근해 보이는 침대에 좀 더 파묻혀 있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밖에 나가 동네 구경을 했다. 시드니의 거리는 언뜻 보기에도 서울이나 수원의 거리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거리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고 늘 모두가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듯 보이는 우리나라의 길거리와는 달리, 호주의 거리에는 가로수들이 정말 많이 심어져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따뜻한 햇살을 즐기는 듯 여유있고 행복해 보였다. 우리나라 거리도 호주처럼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거리가 된다면 좋겠다고 내심 생각했다. 호주 사람들의 여유는 우리나라의 ‘빨리빨리’와 달리, 무엇이든지 천천히 하는 습관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링컨스 락 : 그 다음 날 아침, 우리 가족은 일찍 일어나 관광 버스를 타고 ‘블루 마운틴’으로 향했다. ‘블루 마운틴’이라는 이름은 비가 온 뒤 산이 파랗게 보여 생긴 이름이다. 산을 조금만 올라가니 특이한 모양의 바위와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소는 ‘링컨스 락(Lincoln’s Rock)’이었다. ‘링컨스 락’ 이라는 이름은 호주 출신의 유명한 산악인 ‘링컨 홀’이 자주 찾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 곳에서는 아찔한 절벽에서 사진을 찍었다. 처음에는 안전장비 하나 없이 절벽에 걸터앉는 것이 조금 무서웠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초록 풍경을 보니 용기가 생겨 도전할 수 있었다. 직접 앉아보니, 발 밑에 펼쳐진 푸른 숲의 경치가 정말 놀랍고 상쾌했다.
카툰바 마을의 별 : 그날 저녁, 우리는 블루 마운틴 위의 한 마을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노을을 구경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 별이 뜨는 것을 보았는데, 별이 정말 ‘쏟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고 선명한 별들은 처음 보았는데, 직접 세어보니 눈에 보이는 별만 163개였다. 솔직히 나는 평소에 아무리 아름답고 장엄한 풍경을 봐도 감동을 받지 못했는데, 별들이 쏟아지는 듯한 밤하늘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심지어 조부모님께서도 어렸을 때에나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밤하늘의 별이 얼마나 아름답게 빛났는지, 우리 동네에서도 이 별들의 반의 반의 반만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페라 하우스 구경 : 3일차가 되던 날 아침, 나는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 오페라 하우스로 향했다. 오페라 하우스에 갈 것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건축물이 아름다워봤자 얼마나 아름답겠어’라고 생각하며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내가 지금껏 봐왔던 전세계 각국에서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건축물 중, 직접 봤을 때 탄성이 진심으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건물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페라 하우스를 직접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와~” 소리가 나왔다. 그 때 나는 배를 타고 오페라 하우스와 그 바로 옆에 있는 하버 브릿지를 구경 중이었는데, 호주의 눈부신 햇살을 받은 오페라 하우스의 은은한 반짝임과 아름다운 완벽한 곡선형의 조개껍데기 모양의 지붕, 그리고 살짝 아이보리 느낌이 나는 색까지 완벽히 조화를 이루었다. 정말 내가 지금껏 봤던 건축물 중 가장 아름다웠다. 그 날 이후, 나는 오페라 하우스에 푹 빠져 거의 매일 부모님을 설득해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너며 오페라 하우스를 구경했다.
포트스테판 투어 : 그 다음 날도 역시나 새벽 일찍 일어나 잠도 다 깨기 전, 1일 투어 버스를 타고 돌고래 크루즈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다. 돌고래 크루즈는 크지는 않았지만, 한국인 관광객들로만 가득 차 정말 한국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크루즈를 타고 지나가다 보니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돌고래들이 점점 나타나기 시작했다. 호주는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돌고래 관광 대부분을 엄격히 제재해서 그런지 돌고래들이 무척 많았다.
즐거웠던 돌고래 크루즈 관광을 끝내고, 우리는 서둘러 ‘포트스테판’으로 향했다. 포트스테판은 해안 마을인데, 한쪽에 모래 사막이 있어 모래 썰매 명소로도 유명하다. 사막에 도착하자마자 신발을 벗고 뜨거운 모래에 발을 푹푹 담그며 썰매를 타기 위해 힘겹게 언덕을 올랐다. 언덕은 아래에서 보면 위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경사가 가팔랐는데, 그래서 그런지 썰매를 타고 다시 내려가기가 아까울 정도로 자꾸만 모래가 쓸려 내려가는 언덕을 오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경사진 모래언덕에서 재빠르게 내려가는 썰매를 타는 것은 정말 신나고 스릴있었다. 나는 남들이 모두 지쳐 널브러졌을 때까지도 열심히 언덕을 올라 썰매를 6번이나 탔다.
시드니 대학교 관광 : 5일차 날, 우리는 트램을 타고 시드니 대학교로 향했다. 시드니 대학교는 호주에서 맬버른 대학교 다음으로 명문 학교이고, 전세계 상위 50위 학교에 포함된다. 물론, 나를 자극시켜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하려는 부모님의 계획이기도 했지만, 시드니 대학교는 무엇보다 교정이 예쁜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관광을 갔다. 시드니 대학교에 들어가자 마자 보이는 햇살이 비치는 예쁜 정원은 정말 감탄사가 나오게 했다. 그리고 시드니 대학교의 건물들을 더 살펴보았는데, 고풍스러운 건물들도 많아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기념품을 사기 위해 시드니 대학의 기념품 가게를 찾아갔는데, 아쉽게도 그 날이 쉬는 날이어서 기념품을 사지 못했다. 어쨌 시드니 대학교의 멋진 교정과 학생들의 쾌활한 분위기가 시드니 대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사실 ‘너희도 시드니 대학교 같은 명문 대학교에 와야지’하는 부모님의 말씀도 한몫했다) 비록 지금은 시드니 대학에 간 지 꽤 오래 되어서 그런지 그냥 국내 대학에 진학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패디스 마켓 :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날, 드디어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내가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장소에 방문했다. 비록 오페라 하우스처럼 아름답고, 링컨스 락에서 보는 풍경처럼 장엄하지는 않지만, 내가 가장 신나있었던 장소 중 한 곳이었다. 바로… 패디스 마켓! 패디스 마켓은 호주의 각종 기념품을 매우 싸게 살 수 있기로 유명한 기념품 시장이다. 어찌나 싼지 거의 모든 한국인들이 대부분 기념품을 여기서 산다. 공항에서 14달러에 파는 열쇠고리 인형을 완전히 같은 품질의 같은 제품으로 4달러에 파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 역시 이 곳에서 기념품을 많이 샀다. 나는 오페라 하우스가 그려진 에코백, 코알라 인형과 친구들에게 줄 시드니의 명소들이 그려진 열쇠고리를 샀는데, 모두 마음에 들었다.
오페라 하우스 야경: 저녁이 되고, 우리 가족은 오페라 하우스의 야경을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오페라 하우스로 향했다.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아 배가 무척 고팠던 우리는 바로 ‘오페라 하우스 바’로 향했다. 오페라 하우스 앞에 위치한 덕에, 오페라 하우스 바에서는 하버 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의 눈부신 야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하버 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는 모두 언제 봐도 인상적이였다. 오페라 하우스를 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니 아쉬웠지만, 그래도 식사를 즐기며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보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