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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당나귀와 학벌사회

사람들은 겉모습만을 중요하게 여긴다. 조귀명의 <왜당나귀>를 보면 말의 품종이 어떻든 본질은 같은 말인데, 말을 왜당나귀로 알았을 때와 품종 없는 말이라는게 밝혀진 후 사람들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위 이야기에서는 껍데기가 아니라 본질을 봐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현실에서는 명품 가방같은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가방의 본질은 짐을 넣어 들고 다니는 것이다. 그러나 명품 가방은 같은 본질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매우 다른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유명 명품 브랜드 셀린느에서 약 300만원에 팔고 있는 반달 가방이나 온라인 쇼핑몰 에이블리에서 파는 2만원짜리 반달 가방은 본질적으로나 기능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명품 브랜드가 주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약 198만원을 더 주고 명품 가방을 산다.
이런 현상은 학벌주의에서도 드러난다. 예를 들어 같은 4년제 대학 중에서도 ‘명문 인서울 대학’으로 간주되는 대학교들과 그렇지 않은 대학의 졸업생들은 명백히 다른 대우를 받는다. 명문 대의 최하위권 학생과 하위 대학의 최상위권 학생의 실제 능력은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왜당나귀’ 에처럼 출신 대학을 바탕으로 타인의 능력을 왜곡하여 바라본다.
이렇게 출신 대학을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하는 것은 개인의 능력을 올바르게 보지 않는 일이며 바람직하지 않다. 첫째, 대학교를 입학할 때와 졸업할 때 학생의 역량은 변하기 때문이다. 대학교는 대체로 19살쯤에 친 수능의 결과로 결정된다. 그러나 대학교를 졸업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기는 대부분 24세 이후로, 수능을 친 지 최소 4년이 지난 이후이다. 명문대 학생의 기본 공부머리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충분히 다른 대학교의 학생에게 추월당했을 수 있다.
둘째, 공부 머리와 일머리는 별개일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입시제도는 주입식 교육 위주이다. 즉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는 이해도 중요하지만 암기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몇몇 과목들은 이해보다는 암기에 치우쳐져 있다. 그러나 직장에서는 학교처럼 모든 것을 암기할 필요가 없다. 대기업 채용팀장 출신의 말에 따르면 직장에서는 오히려 암기보다 업무를 유연하고 능숙하게 처리하는게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