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동물원
비행 때문에 피곤했지만, 우리 가족은 또 다시 관광 투어 버스를 타고 ‘필립 아일랜드’로 향했다. 필립 아일랜드는 늦은 저녁 사냥을 위해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펭귄들의 모습과, 그 펭귄들을 기다리는 귀여운 새끼 펭귄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필립 아일랜드로 가던 중, 잠시 멈추어 ‘마루 동물원’에 들렀다. 호주에서 가장 큰 동물원은 시드니의 ‘페더데일 동물원’ 인데, 시드니에서 날씨가 좋지 않아 가지 못했던 아쉬움을 멜버른의 마루 동물원에서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었다. 이곳에서 곤히 자거나 멍을 때리며 유칼립투스 잎을 먹는 코알라를 보고, 귀여운 새끼 캥거루나 왈라비를 쓰다듬고 먹이를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동물들이 모두 너무 귀여워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 중 하나인데, 특히 왈라비가 어찌나 귀여운지 에버랜드에서도 왈라비 여러 마리가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필립 아일랜드
드디어 다시 차를 타고 필립 아일랜드로 향했다. 솔직히 나는 조류공포증이 있어 펭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그래도 다른 조류들과 달리 펭귄은 무서워하지 않는다) 별로 기대하지 않은 채로 도착했다. 처음 갔을 때는 벤치에 앉아서 아무리 바다를 계속 바라보아도 펭귄들이 나타나지 않아 답답했다. 그러나, 곧 어딘가에서 사람들의 외침이 들려왔고, 내 팔 크기 정도의 자그마하고 귀여운 펭귄 수십, 수백 마리가 내 앞을 지나갔다. 그렇게 펭귄들을 따라 걷다 보니, 엄마 펭귄과 아빠 펭귄을 기다리며 굴에서 나와 있는 새끼 펭귄 남매와 부모 펭귄을 만나 그 뒤를 아장아장 걷고 있는 정말 조그만 새끼 펭귄 등 더 귀여운 새끼 펭귄들도 볼 수 있었다. 내가 펭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곳의 작은 펭귄들은 정말 귀여웠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투어
드디어 멜버른에서의 두 번째 날이 밝아왔다. 전 날 늦은 시간에 잠에 들어서 정말 피곤했지만,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시 한 번 관광 버스에 올라탔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로 가기 위해서였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름다운 해안가 옆에 있는 도로인데, 그 풍경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이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역시나 직접 본 파도가 일렁이는 에메랄드 빛 바다의 풍경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도로가 꽤 험해서 멀미가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지 않았더라면 후회했을 여행지였다. 그렇게 한참을 더 가서, 우리는 드디어 관광 코스의 종착지인 ‘십이사도’에 도착했다. 십이사도는 바다 위에 솟아 있는 예수님의 12제자 모양의 12개의 바위이다. 그러나, 현재는 풍화 작용으로 인해 5개의 바위가 사라지고 7개만 남아있다. 십이사도 옆에 있는 헬기 탑승장에서 헬기를 타고 십이사도를 내려다보니 푸른 광경이 정말 웅장했고, 그 밖에도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야라강과 페더레이션 광장
그 다음 날, 우리는 연이은 투어의 영향으로 매우 피곤했다. 그래서 오후가 되도록 아무 곳에도 가지 않고 숙소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야라강으로 향했다. 야라란, ‘끊임없이 흐른다’라는 뜻의 원주민 언어인데, 끊임없이 흐르는 강이라고 하여 ‘야라강’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야라강은 야경과 분수쇼가 매우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야라강 옆에는 페더레이션 광장이 있는데, 호주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잘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 곳에는 뒤로 젖힐 수 있는 의자가 있는데, 그 곳에 앉아 대형 스크린에서 나오는 영화를 보았다. 저녁 식사를 한 후, 우리 가족은 야라강의 야경을 보기 위해 다시 야라강으로 향했다. 그 날이 마침 분수쇼가 진행되는 날이어서 사람들이 빽빽하게 많았다. 이러다가 정말 한 사람이라도 넘어진다면 이태원 참사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머릿속으로 열심히 압사 예방 자세에 대해 생각하면서(?) 수많은 인파에 휩쓸려 겨우 본 분수쇼는 사실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았다.
멜버른 주립 빅토리아 도서관과 맬버른 빅토리아 주립 미술관
어느새 호주에서의 열 번째 날이 찾아왔다. 이 날부터는 여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느끼고 열심히 관광을 했다. 마침 날씨도 매우 화창하고 하늘도 푸르렀기 때문에 (비록 덥기는 했지만) 아침 일찍 멜버른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을 방문했다. 여행 중에 갑자기 웬 도서관을 갔는지 의문스러워 할 수도 있겠지만,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은 큰 규모와 소장하고 있는 중요한 서적, 무엇보다 아름다운 구조로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 실제로 빅토리아 도서관의 맨 윗층에서는 도서관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도서관은 정말 호그와트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웠고, 돔 형태의 천장에 있는 유리를 통해 햇살이 도서관을 밝게 비춰 주어서 더 아름다워 보였다. 내가 사는 곳에도 이렇게 멋진 도서관이 있다면 매일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싶을 것 같다.
도서관 구경을 마치고, 빅토리아 주립 미술관에 방문했다.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은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미술관의 입구에는 거대한 분수 벽이 있었는데, 큰 규모 때문에 당연히 가짜라고 여기고 손가락으로 만져 보았더니 실제 물이 느껴져서 깜짝 놀랐다. 아무튼, 그 분수 벽과 주변의 분수들은 매우 아름다웠다. 미술관 내부에는 여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피카소의 <우는 여인>이었다. 피카소와 같은 유명 화가의 작품 원본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구 멜버른 감옥
그 다음 날에는 구 멜버른 감옥에 방문했다. 구 멜버른 감옥은 말 그대로 1800년대와 1900년대 중범죄자들을 수감하고 처형하는데 사용되었던 감옥이다. 이 감옥은 호주 빅토리아 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감옥인데, 현재는 각종 이벤트와 결혼식을 진행하기도 하고,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 감옥의 외부와 내부는 모두 고풍스럽기로 유명하다. 아쉽게도 나는 입장 가능 시간이 지난 후 방문해서 내부에 들어가거나 체험을 하지는 못했지만, 예쁜 벽돌 건물과 그 옆에 잘 꾸며져 있는 작은 잔디 정원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마을 산책
호주에서 보낼 날도 이제는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 날도 열심히 관광을 하며 돌아다녀야 했지만, 비가 꽤 많이 와 오전 내내 꼼짝없이 숙소에만 갇혀 있다가 비가 조금 줄어들자 마을 산책을 나갔다. 비가 오는 날의 맬버른은 며칠간 계속 보던 곳인데도 뭔가 달라 보였다. 천천히 산책을 하다 보니 평소에 알지 못했던 가게들이 많았고, 골목골목 다채로운 색감의 예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그러다가 평소 가보고 싶었던 숙소 근처 기차역에 들렸는데, 기차역 입구에서 안개 너머로 보이는 빨간 기차가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로얄 보태니컬 가든
맬버른은 ‘정원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정원이 많고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시이다. 그 중 내가 마지막 날 방문한 ‘로얄 보태니컬 가든’은 매우 크고 마치 동화 속에 들어가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다. 어찌나 큰지 연못이 여러 개가 있고, 식물도 많아 잘 꾸며진 야외 식물원을 방불케 한다. 또한, 큰 나무들 사이사이에 있는 작고 예쁜 동화 속 오두막집 모양 휴식소들은 그 뒤의 나무와 잘 어우러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해주었다. 커다란 연못 주위에는 난생 처음 보는 다양한 종류의 새들과 함께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어느새 녹아들어 마음껏 휴식을 취했다. 나는 식물들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그런 분위기도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그 곳에 더 머물고 싶었지만, 저녁 식사 시간이 너무 빨리 다가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식당으로 향했다. 정원 출구로 가던 중, 또 다른 연못에서 검은 백조 ‘블랙 스완’을 발견했다. 블랙 스완은 매우 희귀한 종이기에 누가 봐도 블랙 스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에이, 설마. 여기에 진짜 블랙 스완이 있겠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나중에 찾아보니 로얄 보태니컬 가든에는 블랙 스완이 있고, 아마도 내가 보았던 것이 블랙 스완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식물을 좋아하는 나에게 로얄 보태니컬 가든은 매우 인상깊었던 장소였다.
사진출처: 호주 빅토리아주관광청 공식 사이트
맬버른→시드니 비행(7:00-7:30)
시드니→서울 비행(12:30(현지 시간)-21:00(한국 시간))
호주에서 보냈던 14일은 모든 여행이 그렇듯 정말 즐거웠다. 그렇지만 이번 여행은 초등학교 마지막 여행이자,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고 싶어했던 나라인 ‘호주’에 갔기 때문에 조금 더 특별하고 행복했던 여행이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포트스테판과 오페라 하우스 등 오래 전부터 꼭 가고 싶었던 많은 장소들을 방문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특히 오페라 하우스는 강 앞에 만들어진 그 빛이 나는 듯해 보이는 하얀 곡선 형태의 지붕이 어찌나 예쁜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오페라 하우스는 정말 보기만 해도 눈이 정화되고, 나중에 다시 한 번 더 호주에 오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건물이었다. 또한, 블루마운틴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별들이 ‘쏟아지는’ 아름다운 광경을 본 후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밤하늘을 볼 수 있도록 자연 환경을 보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외에도 정말 아름다운 추억들을 많이 쌓을 수 있었지만, 전부 다 기록하자면 이 글이 너무나도 길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쯤에서 마무리하겠다. 호주 여행을 하는 동안 휴식을 취하고, 다양한 경험들을 쌓고, 견문을 넓히며 의미 있는 2주를 보낼 수 있었다. 더불어 약 7개월간 여행기를 기록하며 여행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되돌아보게 되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