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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구공과 112

내가 4학년이었을 때 놀이터에서 자주 놀았다. 어느 날 친구들은 학교 놀이터에서 피구를 하자고 했다. 피구를 시작하기 전 친구들은 피구 공을 놀이터에 두고 화장실에 갔다. 나는 놀이터에 남아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게임을 하다 고개를 들어 보니 피구 공이 사라지고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놀이터에 있던 3학년들이 허락도 없이 친구의 피구 공으로 피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단호하게 남의 피구 공으로 피구를 하지 말라고 말했고 피구 공을 가져갔다. 그때 친구들이 돌아와서 다시 분위기를 바꾸고 피구를 시작했다.
그때 3학년 여자아이가 울기 시작했고 다른 3학년들이 모여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3학년 아이들이 나에게 와 “너 112에 신고했어 우리가 피구를 하고있는데 피구 공을 가져가면 우리가 피구를 못하잖아! 넌 피구 공도 양보 못 하니?” 라며 나에게 소리쳤다. 내가 키가 작아서 3학년으로 오해 할 수도 있지만 반말을 듣기 불편했고, 바쁜 경찰관을 이상한 일로 괴롭하는 것도 괘씸했다. 그때 나는 어이가 없어서 3학년 아이들에게 그런 일은 신고 접수가 안 된다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5학년이 되어 이 일을 잊을 때쯤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5학년 선생님은 잘 쓴 글을 가끔 읽어 주셨는데 5학년 부회장 글에 그 아이가 등장했다. 야구를 하다가 어떤 4학년 아이와 시비가 붙었는데 그 아이가 112에 부회장을 신고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부회장에게 그 아이의 외모가 통통하고 파마머리냐고 물었다. 부회장은 어떻게 알았냐며 놀랐다. 나는 나도 신고당한 일이 있었다고 말해 주었다.
부회장이 쓴 글에 그 아이는 어머니와 경찰 모두에게 꾸중을 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아이는 경찰이 소소한 다툼을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것이다. 그 아이는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112에 신고하는 나쁜 버릇이 있는 아이였다. 그 아이는 왜 이런 나쁜 습관을 갖게 되었을까? 아마도 학교와 가정에서 경찰에 신고해도 되는 일과 안 되면 하는 일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그 아이는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누군가 자기 뜻에 거스르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일이 자기 뜻대로 안 되고 누군가 자신의 뜻을 반대하면 타인에게 무슨 이유로 자기의 의견을 반대하는지를 듣고 의견을 고쳐야한다. 나도 앞으론는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을 반대했다고 짜증내지 않고 상대의 비판을 잘 들어볼 것이다.